망원동동동은 망원동에 위치한 생태책방 아침책숲, 계절책방 낮과밤, 출판사 나무의말이 함께하는 모임입니다. 2025년 3월부터 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 모여서 환경책을 읽습니다.
월간 그물망은 환경책 읽는 모임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작은 소식지입니다. 그 달의 모임 후기부터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과 그림책, 환경에 대한 만화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꿴 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식지는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구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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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는 환경책 읽는 모임이 열립니다. 아침책숲 x 나무의말 x 계절책방 낮과밤이 함께 꾸려나가고 있어요. 이번 8월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두더지 잡기>입니다.
저자인 마크 헤이머는 열여섯 살에 아버지에게 쫓겨나 2년 가까이를 떠돌아다니며 숲을 집 삼아 새와 벌레를 벗 삼아 살아갑니다.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았던 경험과 두더지 사냥꾼으로서의 삶, 그로부터 깨달은 통찰과 사유들을 담담하면서도 울림 있는 문체로 전달하는 책이었습니다.
50년간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사람이 생업으로 행해온 일이 두더지 사냥꾼이었다는 것도, 두더지에 대해 깊이 연구해 자기 손바닥만큼이나 잘 알고 이해하면서도 두더지를 죽일 수 있었다는 것도 선뜻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인생은 좀처럼 우리의 기대만큼 단정하고 깔끔하지 않다. 나는 그런 편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합니다.
‘인도적인’ ‘살생’이란 게 가능할까? 라는 의문에 느슨한 채식주의자로서의 경험을 나누며 ‘우리의 선택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바쁘게 흘러가는 삶을 멈추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무언가를 계속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내려놓고 저자처럼 나무 밑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삶에서 변화를 주는 것도 ‘선택’이기에 그마저도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언젠가 일부러 죽으려고도 해보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이곳에 있고, 삶은 늘 저 나름의 방식으로 이겨내왔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애써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리길 그만두었다. 선택은 내가 내리는 것이 아닌 듯 보였고, 나는 삶이 그대로 그냥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기 시작했다. 그러는 편이 훨씬 기분 좋게 느껴진다. 나는 그것을, 그저 날아와 둥지를 틀고 먹이를 먹고 새로운 새를 낳은 새들로부터, 그리고 그냥 느릿느릿 기어다니고 먹이를 먹고 새 고슴도치를 낳은 고슴도치들로부터 배웠으며, 그들은 모두 죽어서 제때에 진흙으로 돌아갔다.’
결국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마음가짐이 중요하려나요.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작가의 삶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던 귀한 것들을 발견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9월 둘째 주 화요일 9월 9일 저녁 7시 30분에 아침책,숲에서 열립니다. 함께 읽을 책은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입니다. <향모를 땋으며>, <이끼와 함께>의 저자 로빈 윌 키머러의 세 번째 책입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호혜와 상호 연결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다 함께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까요?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참여하고 싶은 분은 프로필 링크로 신청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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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지 황의 텃밭살이
가지가지 황(관악구 남현동 주민)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7월의 밤. 내 머릿속은 온통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오이 생각뿐이었다. ‘이틀 전에 한 뼘가량이었으니 지금쯤 마침맞게 자랐을 텐데.’, ‘다들 목마르다고 아우성치겠지?’ 다음 날 5시에 눈뜬 나는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 물은 해 뜨기 전이나 해 지고 나서 줘야 한다. 안 그러면 잎에 맺힌 물방울이 돋보기 역할을 해서 작물이 타들어 간다. 해는 금세 뜰 것이다. 서둘러야 한다!
3월에 구에서 분양받은 3㎡ 구획의 텃밭은 동네 뒷산(관악산자락) 둘레길로 꼬박 30분 이상 걸어가야 한다. 처음 신청할 때만 해도 소박한 도시 농부의 꿈을 꾸며 “뭐, 물만 잘 주면 되잖아?” 호기롭게 이것저것 심었다. 하지만 거기, 텃밭까지 가는 게 일이었다. 초반엔 2, 3일에 한 번꼴로 가서 싱그럽게 쑥쑥 올라오는 작물들의 생명력에 감동했다. 상춧잎 하나하나, 루콜라와 셀러리의 향긋한 냄새. ‘아, 나의 식탁이 청정한 먹거리로 풍성해지는구나!’ 하지만 5월이 지나고 6월이 가고 7월 중순, 온 세상이 뜨거운 무더위에 잠식되자, 나도 작물들도 지쳤다. 고수, 루콜라, 상추 등은 시기상 제 삶을 다했다. 이제 밭에는 호박, 오이, 가지, 방울토마토, 고추가 타는 목마름과 대결하고 있었다. 오로지 살판 난 건 풀이다. 호미를 들고 땅에 콕 박힌 바랭이를 캤다. 뿌리가 깊어서 잘 뽑히지 않는다. 왜 풀은 가뭄에도 끄떡없는 건데? 그렇더라도 밭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고, 날은 뜨겁고…….
5시 40분, 밭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오이가 먹기 딱 좋게 자라 있었다. “어서 와, 집사. 기다리고 있었어.”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나는 오이와 방울토마토, 고추 몇 개를 따고 나서 그새 쑥 자란 바랭이를 뽑은 뒤, 물을 주기 시작했다. 땅이 흠뻑 젖도록 여러 차례 수도를 오갔다. 땀이 줄줄 흐르는 목덜미를 닦으며 밭을 한번 둘러봤다. 잎채소가 끝나고 몇몇 작물만 올망졸망 자라는 밭이 잔망스럽기 그지없다. 어쩐지 내 밭의 작물들은 고만고만했다. 열매도 감질나게 열렸다. 거름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지지대를 튼튼하게 엮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옆의 밭들은 고추가 숲처럼 우거져 있거나 호박이며 토마토, 가지가 주렁주렁 열렸다. 농사가 잘되는 이유가 있다. 밭주인 솜씨도 남다르겠지만, 그 시각에 이미 밭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주인장, 도대체 몇 시에 나와서 물을 주신 거요?
수확물을 짊어지고 다시 산길을 되돌아 집에 왔다. 7시다. 남편이 가방에서 나온 오이 두 개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달랑 그거 두 개 따려고 새벽 댓바람부터…….”
모든 걸 계량적으로만 보는 사람은 텃밭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오이 두 개가 오늘 나를 움직인 힘이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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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그림책
아침 책, 숲 아침
여름 절기 중 대서가 있다. ‘서(暑)’는 태양을 머리에 지고 있는 사람을 뜻하며 대서는 말 그대로 큰 더위다. 대서에는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는 찬 기운이 더운 공기와 만나 습기도 많아진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열기, 숨이 턱 막히는 한증막 더위의 절정이 바로 대서다. 이런 날 중 이 그림책을 만났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없다. 태양의 작열, 야광 주황빛으로 빼곡히 채워진 가로로 긴 직사각 공간에 바위 하나 있다. 한 여자 아이가 바위 그늘 안으로 들어간다. 이어 뱀, 여우, 토끼, 고슴도치, 멧돼지, 염소, 새 떼들도 온다. 해가 기움에 따라 바위 그늘의 길이도 짧아졌다 길어진다. 생명들은 어둠이 오기를 기다리며 어떻게든 그늘 안에 함께 있으려 애를 쓴다. 또 다른 그림책이 떠오른다. 여름이 아닌 겨울이야기다. 인간이 숲에 떨어뜨리고 간 두툼한 겨울 장갑 속으로 먹보 생쥐, 팔짝팔짝 개구리, 빠른 발 토끼, 멋쟁이 여우, 송곳니 멧돼지, 느림보 곰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차례로 모여 드는 이야기다.
이들이 어떻게 더위와 추위를 ‘함께’ 피하는지는 그림을 자세히 봐야 한다. 곡예를 하듯 자세를 취하거나 어깨 한 쪽을 내어준다. 장갑에 마법같이 창문이 생기고 계단도 만들어진다. 때론 비좁다 말하기도 하지만 ‘들어오세요.’로 마무리되고 아예 아무 말 없이 움직임만 보여 지기도 한다. 두 책에서 생명들은 모두 누가 누구를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살피고 자리를 내어 주는 관계에 있다. 차이가 있다면 『장갑』에서 인간은 환상적인 장면을 깨는 기제로 작용하지만 『그늘 안에서』는 인간도 생명의 하나로 속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비인간생명과 더위와 추위를 함께 피할 애를 쓸 마음의 품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지만 그림책은 이야기한다. 자, 우리 함께 더위를 피하자. 그리고 어둠이 내리면 즐겁게 어우러져 나아가자고. 이 무리가 작은 무리(어른이 아닌 아이)임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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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재미
나무의말 얼음배
임프린트라는 형태로 2년 반을 운영을 한 뒤 모회사와 헤어졌다. 헤어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약해진 상태였지만 내가 책 내자고 졸라 계약한 타이틀들이 여럿이었다. 나는 다시 혼자였지만 일을 멈출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독립하자마자 망원시장 근처에 방 한 칸을 얻어 나무의말 2막을 시작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가장 오래 해 왔던 일이 출판이다. 허약해진 몸과 마음을 대충 모른 체하며 묵묵히 책을 만들었다. 딱 일 년이 된 지금 8권의 책을 냈다. 꾸준히 성실한 시간 동안 열심히 책을 만들었는데 정작 내 몸은 여기저기 삐걱대었다. 피로가 쌓였고 출근을 못하는 날도 늘었다. 한 선배는 내 이야기를 듣자 운동을 하라고 조언했다. 운동 시간을 업무 시간 안에 넣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고도 했다. 동네 헬스장에 등록부터 했다. 헬스장에는 다양한 헬스 기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고, 한 켠에 GX 룸이 있었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곳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춤이라곤 춰 본 적도 없는 내가 홀리듯 그곳으로 향했다. 내 춤을 큰 거울로 보고 있자니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 뻣뻣한 몸으로 처음 보는 춤을 따라하려니 그야말로 허우적거리는 이상한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앞줄에 서서 아주 과감한 동작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우나에서 만난 그녀들에게 물었다. 어쩜 그렇게 잘 추냐고. 돌아온 대답은 놀라웠다.
“나 춤춘 지 30년쯤 되었어.”
그렇다. 동네 헬스장에는 20년 30년 동안 퇴근을 하고 아이들 밥을 차린 뒤 춤을 추러 나오는 여인들이 있었다. 알록달록한 댄스복을 입은 그녀들이 처음에는 참 낯설었는데 그렇게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날려 다음날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현명한 여인들이었다. 처음 온 내게 웃어주며, 석 달은 해야 체력도 생겨 익숙해진다는 다정한 말도 건네준다.
내가 이뤄 놓은 것을 다 내려놓고 새출발을 했을 때는 막막했는데, 고작 몇 년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출판사 운영을 한 20년쯤 하게 되면 나도 그런 다정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춤을 출 거라 상상하지 않았던 나이에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되어 기쁘다. 기쁨을 늘려가는 삶을 살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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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견디는 이들에게서 배운 것
작가, 양송이
아스팔트가 숨 막히게 들끓는다. 도로에 빽빽이 들어선 차들만큼이나 답답한 속을 달래기 위해 나는 번잡한 세상을 등지고 숲으로 향한다. 짧아진 숨을 고른다.
숲에서는 생명의 냄새가 난다. 수천 년 부스러지고 뒤섞인 시간의 냄새. 나는 지면에 발을 포개어 양편이 숭고한 관계를 맺는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숲길을 걷는다. 숲 속 깊숙이 몸을 맡길수록 축축한 흙, 오래된 나무껍질, 이끼, 이름 모를 버섯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한데 뭉쳐 발산하는 강인한 생명력에 나는 압도되었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마저도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다.
숲 한가운데에서 나는 생각한다. 삶의 의미를 찾아 버텨온 날들과 그 고집스러운 집착으로 가득한 날들의 연속으로 지친 몸이 버거워 그만 주저앉고 싶었던 나를. 그런데 무의미한 시간을 내려놓고 보니 들린다. 숲속 존재들이 하는 말이. 시선을 위로 돌리면 따사로이 내리쬐는 햇볕이, 솔솔 불어와 젖은 이마를 식히는 바람이, 잠시 쉬어 가라고 발길 붙드는 향기 가득 머금은 꽃 한 송이가, 그리고 낮은 자세로 몸을 숙이고 마주한 죽은 통나무 밑 작은 틈을 비집고 올라온 버섯이 내게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재라며 다독인다. 소리 없는 자연의 위로에 마음 깊은 곳에서 전율이 일어난다.
최근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 왕래가 했던 말처럼 숲에서 만난 이들도 내게 그렇게 말한다. “살면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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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말에서 만든 환경 그림책 〈바다로 가는 펭귄〉이 출간되었습니다. 펭귄의 자아 찾기와 바다 생태계의 진실을 담겨 있습니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안고 바다를 향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이 그림책은 자아 찾기라는 철학적인 메시지와 현실의 바다 오염 문제를 함께 담아내며 어린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입니다.
(실제로 2012년 도쿄 시내의 한 수족관에서 과감하게 탈출한 337호 펭귄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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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모임은 9월 둘째 주 화요일 9월 9일 저녁 7시 30분에 아침책,숲에서 열립니다. 함께 읽을 책은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입니다. <향모를 땋으며>, <이끼와 함께>의 저자 로빈 윌 키머러의 세 번째 책입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호혜와 상호 연결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다 함께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까요?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 봅시다. 참여하고 싶은 분은 신청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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