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동동은 망원동에 위치한 생태책방 아침책숲, 계절책방 낮과밤, 출판사 나무의말이 함께하는 모임입니다. 2025년 3월부터 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 모여서 환경책을 읽습니다.
월간 그물망은 환경책 읽는 모임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작은 소식지입니다. 그 달의 모임 후기부터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과 그림책, 환경에 대한 만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꿴 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식지는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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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는 환경책 읽는 모임이 열립니다. 아침책숲 x 나무의말 x 계절책방 낮과밤이 함께 꾸려나가고 있어요. 12월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남효창 지음, 조현하 그림 만화, 책이라는신화 펴냄)입니다. 마침 12월이라 맛있는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송년회 겸 책모임을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는 40년 숲 철학자가 씨앗 한 알에 담긴 의미와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 숲을 이루어 내는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며 인간의 삶에도 대입할 수 있는 통찰과 위로를 전했습니다. 씨앗과 산 할아버지의 편지나 숲의 재무제표, 씨앗 생존전략 자랑대회 등 다양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읽으며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마음에 와닿는 글도 많았습니다.
"흩어짐은 용기의 선택이다. 어미 곁을 떠나 낯선 땅과 예측할 수 없는 계절을 맞이하는 일. 그러나 그 멀어짐 속에서 더 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더 넓은 관계가 이어진다. 흩어짐은 세상에 건네는 인사이자,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실패한 씨앗'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기여한 씨앗'이다. 발아하지 않고 살아지는 길에서도 누군가를 먹이고, 흙을 살리고, 새로운 뿌리가 내릴 자리를 마련한다."
발아하지 못한 씨앗은 실패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어 양분이 되기도 하고, 다른 씨앗들이 뿌리내리고 튼튼히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연말이 되어 돌아보니 별로 이룬 것 없어 허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뿌린 씨앗이 언제 어떤 싹을 틔울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혹여 싹을 틔우지 못하더라도 괜찮아요. 다른 씨앗을 도와줄 테니까요.) 무수한 실패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되는 일도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 정답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 좋았습니다.
올해 한 달에 한 번,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좋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환경과 생태에 대해 깊이 사유해보는 시간이자 분주한 일상에서 마음을 내려놓는 편안한 쉼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자리를 따스하게 채워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환경책 읽는 모임은 겨울을 맞아 두 달 정도 휴식을 갖고, 3월에 다시 만납니다. 다음 모임까지 함께 읽을 책은 <야생의 존재>입니다. 방학 동안은 매주 한 챕터씩 읽고 카톡으로 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참여하고 싶은 분은 계절책방 낮과밤, 아침책숲, 나무의 말 SNS를 참고해서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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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지 황의 텃밭살이 -갈무리의 시간-
가지가지 황(관악구 남현동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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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나에게 ‘가을걷이’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벼 수확하는 날이면 탈곡기 옆에서 낟알이 흩어지지 않도록 자루 주둥이를 잡아 줘야 했다. 다음은 들깨 수확. 깻단을 들고 깨를 털 때면 혹시나 깨알이 깔개 밖으로 튀어 나갈까 조바심을 내야 했다. 들기름은 엄마 요리의 시그니처였기에 깨 한 알 한 알이 소중했다. 고추는 마당뿐만 아니라 방에서도 말렸는데, 그 탓에 우리는 한동안 빨간 고추들에게 따뜻한 잠자리를 내줘야 했다. 수확이 끝나면 곧장 김장이, 김장이 끝나면 쉴 틈도 없이 메주 쑤기가 이어졌다. 시골의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은 그렇게 고단하고 치열했다.
11월이 되자 구청 도시농업팀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23일까지 텃밭 수확을 마치라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부터는 내년 분양을 위한 정비에 들어간다고 했다. 나는 작물이 좀 더 크길 바라며 시간을 재다가, 폐장을 일주일 앞두고서야 밭으로 향했다. 이것도 일종의 가을걷이라면 가을걷이였다. 가는 동안 어릴 적 그 노동 집약적인 풍경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아냐, 내 작은 텃밭은 그런 시련을 주지 않을 거야.’
며칠 찬 기운이 돈 탓인지 11월의 밭은 10월과는 공기부터 달랐다. 식물 마른 냄새와 버석버석한 흙, 스산하게 부는 바람까지 이젠 농사를 정리해야 할 때라고 알려 주는 듯했다. 사슴뿔처럼 단단해진 가짓대와 다 말라 버린 고춧대를 힘껏 뽑아냈다. 구석구석 밭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가을걷이에 들어갔다. 아롱이다롱이 무 10개, 그나마 먹을 만하게 자란 배추 4통을 건졌다. 상추는 보는 족족 뜯고, 부추 두 줌도 마지막으로 잘라 냈다. 봄엔 안 나더니 이제야 뒤늦게 발아한 고수 몇 포기도 챙겼다. 세상에, 가을걷이가 끝났다! 앞서 걱정했던 일이 무색해질 만큼….
수확한 작물을 어깨에 짊어지고, 마지막으로 텃밭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 3월 말부터 11월 중순인 지금까지, 아침저녁으로 산길을 오가며 무언가를 심고, 물을 주고, 수확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떤 날은 보람찼지만 또 어떤 날은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지?’ 귀찮아하기도 했다. 그러다 밭에 와서 흙을 만지고, 풀을 뽑고 하면서 도시에서의 막막한 생활을 잠시나마 위로받곤 했다. 별로 해 준 것도 없는데 작물이 하루가 다르게 커 가고, 그 결과물을 내게 선뜻 내줬을 때의 감동을 말해 더 무엇하리. 내가 한 것보다 더 많은 걸 받은 셈이다. 어릴 적 고단한 농사일 끝에 겨우내 먹을 양식을 든든하게 쟁였듯이, 나는 올 한 해 텃밭이 준 위로와 여유로운 마음을 차곡차곡 쌓는다. 이 푸진 기억들이라면 앞으로의 삶도 거뜬할 것 같다. 이제 마지막 수확 작물도, 나의 텃밭살이 추억도 갈무리할 때다. 안녕, 나의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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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준비하는 색
아침책숲 아침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뭐예요?” “은행나무요” 은행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흔하디흔한 가로수인데다 가을에는 은행 냄새로 발밑을 조심하게 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과 같다 했다. 지구에 오래도록 여전히 살고 있는. 그 뒤 많은 나무를 만나게 되면서 은행나무가 좀 다르게 다가왔다. 그래서 올해, 천 살은 족히 되었다는 반계리 은행나무님을 꼭 만나러 가야지 다짐했었다. 딱 알맞을 것 같은 시기를 놓쳤고 그래도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이미 잎을 모두 떨구고 난 뒤였다. 하지만 빈 가지만 있어도 위용은 대단했다. 너르고 깊은 엄마 품 같았다.
미야자와 겐지의 『은행나무 열매』는 가을이 되어 천 명의 노란 은행 열매들이 엄마 나무를 떠나는 이야기다. 황금색 아이들은 여행 떠날 채비를 하며 옷과 신발을 챙긴다. 어디로 가게 될지 두근두근 하고 반짝이는 황금별이 되고 싶기도 하다. 그동안 못되게 군것이 생각나 서로 토닥이기도 한다. 북풍은 여지없이 도착하고 엄마 나무는 아이들이 먼 여행을 잘 하도록 슬픈 안녕을 빌어 준다. 노란빛이 온 세상을 비추는 아침이다. 햇빛의 노란빛인지 은행의 노란빛인지 잘 분간되지 않는다. 열매들의 앞날처럼 환하고 밝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겨울을 날 채비를 한다. 그 중 하나가 잎의 초록이 없어지고 본색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 색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은행잎과 단풍잎으로 대표되는 노랑과 빨강이겠다. 화살나무, 복자기 나무의 빨강도 참 예쁜데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이 단풍의 빨강이이라서 그럴까, 가을하면 울긋불긋 붉은색이 먼저 떠오른다.
옆 산에서 단풍 편지가 날아들었다. 단풍 편지는 곧 겨울이 온다는 소식이다. 우리 산에도 편지가 왔을까? 산새와 동물들은 우리 산의 단풍을 찾아다닌다. 저기 빨간 색이 단풍일까? 에이, 산사나무 열매다. 저기 빨간 색은? 앗 붉은 여우다. 드디어 찾았다! 우리 산에도 단풍편지가 왔다. 많이 왔다. 온 산이 붉다. 두 페이지 하나 가득, 세 장에 걸쳐 할애된 단풍의 붉은 풍경은 색면 추상화 같다. 빨간 빛에 더해 ‘빨간 바람’, ‘빨간 소리’도 나는 것 같다. 단풍 편지의 도착으로 이제 숲 속 생명들도 겨울을 날 채비를 한다.
나무들의 또 다른 겨울 채비는 본색으로 변한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추운 겨울 동안 뿌리로부터 물을 끌어 올려 가지에 매달린 잎들에 물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수관이 터지지 않게 보호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나무의 겨울 채비 중 하나이다. 벌거벗은 나무라는 뜻의 나목(裸木), 예전에는 쓸쓸하고 춥게만 보였는데 이제 보니 현명하고 의연하다. 열매도 예쁜 색 잎도 다 떨군 나목들아, 우리, 부디 겨울을 잘 나고 따사로운 봄을 힘차게 맞이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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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편지』 기쿠치 치키 글, 그림, 황진희 옮김, 웅진주니어 |
『은행나무 열매』 미야자와 겐지 글, 오이카와 겐지 그림, 박종진 옮김, 여유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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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숲; 온기로 이룬 너와 나의 숲
-땅에 스미듯이 호흡하기-
작가, 양송이
코끝에 찬 기운이 돈다. 옷깃에 스밀까 단단히 여민 몸을 웅크린 채로 살얼음 낀 호숫가 옆길을 비릿한 향을 맡으며 천천히 걷는다. 잎을 떨군 나무들 사이로 광활한 숲이 훤히 보인다. 한 해 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숲의 목소리가 있을까 갈급해지는 마음에 빨라진 나의 걸음을 늦추듯 신갈나무 마지막 잎새가 바람을 타고 발치에 툭 내려앉는다. 다가가 손 내미니 부드러운 벨벳 감촉으로 인사한다. 고요히 땅에 스밀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저만치에 보이는 땅에 내려앉기 아쉬운 마음에서일지 아까시나무 가지에 걸쳐 대롱대는 갈참나무잎도 반갑다. 달큰함이 전해질 듯 진득한 초콜릿색 잎들이 바래지고 누군가 펄을 한 줌 뿌려댄 듯 숲의 모든 잎이 눈부시다. 한층 밝아진 시야는 기분마저 밝게 하여 이내 걸음이 하늘로 솟구친다. 그러나 신갈나무잎이 일러준 걸음으로 천천히 땅에 스미듯이 호흡하며 초겨울의 풍경을 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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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사탕수수 종이에 흙, 10x14.8,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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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숲이 있습니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일상의 틈을 메워 견고한 모습으로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곤 하죠. 글과 그림은 자연이 내어준 자리에서 감각하며 향유하고 사유한 흔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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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의 환경일기
-비가 좋은 이유-
작가, 박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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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 읽는 모임은 겨울을 맞아 두 달 정도 휴식을 갖고, 3월에 다시 만납니다. 다음 모임까지 함께 읽을 책은 <야생의 존재>입니다. 방학 동안은 매주 한 챕터씩 읽고 카톡으로 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참여하고 싶은 분은 계절책방 낮과밤, 아침책숲, 나무의 말 SNS를 참고해서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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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함께 읽은 책
3월 : <숲으로 간 여성들>(오애리 구정은 지음, 들녘 펴냄)
4월 :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남종영 감수, 돌고래 펴냄)
5월 : <기후여행자>(임영신 지음, 열매하나 펴냄)
6월 :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김양진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7월 : <조응>(팀 잉골드 지음, 김현우 옮김, 가망서사 펴냄)
8월 : <두더지 잡기>(마크 헤이머 지음, 황유원 옮김, 카라칼 펴냄)
9월 :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펴냄)
10월 : <떠오르는 숨 :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알렉시스 폴린 검스 지음, 김보영 옮김, 접촉면 펴냄)
11월 : <달팽이 안단테>(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지음, 김병순 옮김, 돌베개 펴냄)
12월 :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남효창 지음, 조현하 그림 만화, 책이라는신화 펴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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