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동동은 망원동에 위치한 생태책방 아침책숲, 계절책방 낮과밤, 출판사 나무의말이 함께하는 모임입니다. 2025년 3월부터 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 모여서 환경책을 읽습니다.
월간 그물망은 환경책 읽는 모임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작은 소식지입니다. 그 달의 모임 후기부터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과 그림책, 환경에 대한 만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꿴 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식지는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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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는 환경책 읽는 모임이 열립니다. 아침책숲 x 나무의말 x 계절책방 낮과밤이 함께 꾸려나가고 있어요. 11월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달팽이 안단테>(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지음, 김병순 옮김, 돌베개 펴냄)입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참가자들이 그동안 작업했던 그림을 가지고 만든 책과 엽서를 선물로 나누기도 했습니다. ^^ 환경모임 참가자들답게 자연을 주제로한 작업을 하고 있네요.
<달팽이 안단테>는 어느 날 갑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저자가 달팽이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그 작은 존재를 통해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 삶에 대해 성찰하는 아름답고 시적인 에세이였습니다. 모임에서는 달팽이를 키워보신 분의 체험담과 생명을 사고파는 것의 윤리,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가치가 있다는 것, 고립의 경험, 소중한 존재를 돌봤던 경험 등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몸이 아프기 전에 중요하게 생각하고 향유하던 것들로부터 멀어졌지만, 달팽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납니다. 그 세상은 아주 작고 미약하지만, 저자 자신에게는 큰 힘을 줍니다.
생각해 보면 나를 살게 하는 것은 그리 거창하지 않습니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 갑작스레 건네받은 작은 귤, 해사하게 터지는 아이의 웃음,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밥 먹었어?"라는 말 등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왜 그리 바쁘게 살고 있는 걸까요? 무엇을 좇고 있는 걸까요? 이야기를 나누며 저의 머릿속에는 그런 물음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연말에는 달팽이처럼 느리게, 지금 나에게 맞는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지,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개 생존은 특정한 목표, 관계, 믿음, 또는 가능성의 언저리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희망 같은 것에 의존한다. 혹은 그것들보다 더욱 덧없는 어떤 것, 어쩌면 뚫고 지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단단한 유리창을 통과해서 담요를 따뜻하게 덥히는 햇살,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두터운 담벼락 너머로 커다랗게 들리는 바람소리 같은 것 덕분에 우리의 생명이 유지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 모임은 12월 둘째 주 화요일 12월 9일 저녁 7시 아침책,숲에서 열립니다. 함께 읽을 책은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남효창 지음, 조현하 그림 만화, 책이라는신화 펴냄)입니다. 느리게, 다른 방식으로 함께 피어나 마침내 숲을 이루는 씨앗의 향연. 40년 숲철학자가 씨앗 한 알에 담긴 의미와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참여하고 싶은 분은 계절책방 낮과밤, 아침책숲, 나무의 말 SNS를 참고해서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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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마음의 상처가 해소되지 않아 힘들어하던 중, 한 책방에서 기획한 수목원 여행에 함께하게 되었다. 처음 가는 태안의 천리포 수목원이었다. 직원 중 한 사람이 수목원 곳곳을 소개했고, 설립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제야 알았다는 게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그리고 올해. 천리포수목원에서 열리는 북페어인 책바슴 행사에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태안의 이곡서점이라는 곳이 주최가 되어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과정을 두루 챙겼다. 나는 가족에게 가을 수목원에 함께 가자 제안했다. 책을 파는 북페어지만 우리 가족의 가을 여행으로 만들자고 했다. 그렇게 네 명이 새벽 6시에 출발했다. 예상대로 천리포의 가을은 아름다웠다. 중학교 마지막 학년을 다니는 쌍둥이 딸에게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수목원에서 열리는 북페어에 어울리게 명찰은 종이로, 명패는 나무로 만들어주는 센스도 고마웠다. 책바슴에는 출판사와 작가들이 두루 참석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곳 중 하나는 대안학교를 나와 잡지를 만들고 있다는 두 젊은이였다. 마지막 10대를 보내는 19살들의 인터뷰로 만든 잡지를 펴내고 있었다. 부모의 서포트가 없지야 않겠지만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재밌어 하는지를 탐색하고 나아가는 그 시간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청소년인 19살 때 차린 출판사 앵두책방의 대표도 있었는데 초등학생이 쓴 시집 한 권을 들고 나왔다. 초판 500부를 찍었다고 한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냐 하니 재밌는 일만 하고 산다고 했다. 상암동 내 사무실에서도 우주를 꿈꿀 수 있지만 자신만의 꿈을 꾸는 볼빨간 사람들을 만나는 일 또한 나에게 중요한 영감을 준다. 때때로 다른 부스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연텃밭 대표님의 다정함도 기억에 남고. 세상에서 처음 보는 텐션으로 유쾌함을 전해준 보늬책방 젊은 대표 덕분에 한껏 즐거웠다. 아름다운 공간에서 힐링을 하려고 왔다는 셀러들이 많았다. 여기에서 번 돈을 책 사는 데 다 쓴다고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어딘가에서 책을 만들고, 책을 팔고, 작품을 쓰고 그리는 사람들이 모여 일박이일 동안 수목원의 온도를 2도쯤 높이지 않았을까 싶다. 수목원에서 북페어라니. 너무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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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과 희망 밖에는: 부엉이
아침 책, 숲 아침
추석이 있는 10월 한 달 전시하는 그림책 주제는 ‘달’이었다. 그 중『부엉이와 보름달』을 3학년 친구들과 읽었다. “아, 나도 부엉이 보고 싶다.” “성미산에도 부엉이 살아?” “응 솔부엉이 여름마다 오지, 여름밤에 소리 들었어.” “어? 솔부엉이 주행성 아니야?” “어? 야행성인데!” “아니야, 주행성이야.” 세 명의 아이들이 확신에 찬 얼굴로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했다. “어, 다시 알아볼게.” 해맑은,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표정이 나의 얕은 지식을 흔들었다. 마치 무슨 주문에 걸린 듯 했다.
『부엉이와 보름달』은 밤에 늦게 잠들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비로소 야행성인 부엉이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다. 눈이 무릎까지 내린 겨울 밤 깊은 숲속으로 아이는 아빠와 함께 길을 나선다. 부엉이를 만나려면 조용하고 용감해야 한다. 추위도 견뎌야 하고 내 몸 하나쯤은 내가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별 반짝이는 하늘, 나무 우듬지를 향해 ‘부우우우우엉’ 소리를 내 본다. 하지만 돌고래를 보러 간다고 돌고래가 짠 나타나주지 않듯 부엉이 또한 누군가 보고 싶다고 쉬이 모습을 보일 리 만무하다. 야생의 생명을 눈앞에서 만나는 것은 기적 같은 마주침이니까. 그 생명을 마주하는 것을 소망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엄마와 급하게 몸만 빠져 나왔다. 공원 안 쪽 어둑한 숲, 차 안에서 밤을 지새운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만났다. 소리만 들려오던 부엉이를, 너무나 크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부엉이를! ‘내가 부엉이를 잘 그릴 수 있게 된 이유’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막막하고 두려웠던 날들, 부엉이와 같은 곳에 산다는 생각, 부엉이와 만나기를 고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아이를 지켜 주었다. 지금의 상황을 잠시 잊고 잘 견디며 같은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생명이 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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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와 보름달』존 쇤헤르 그림, 제인 욜런 글, 박향주 옮김, 시공주니어 |
『내가 부엉이를 잘 그리는 이유』힐러리 호더 히플리 글, 맷 제임스 그림, 황유진 옮김, 원더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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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로 이룬 너와 나의 숲
-숲을 이루는 그들의 공-
작가, 양송이
한 해를 살아온 수고를 토로하듯 저마다 까드득 소리를 내던 낙엽들이 상강을 알리는 아침 서리를 맞고서 축축하게 뒤엉킨다. 지난 계절 부는 바람 덕에 허공에 손짓하며 이어온 산벚나무잎과 굴참나무잎, 신갈나무잎들의 연을 비로소 땅이 품는다. 나는 소복이 쌓인 축축한 낙엽층에 발이 푹푹 꺼지자 흐트러지는 걸음을 애써 다잡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고요 가득한 깊은 숲이 뿜어내는 담찬 기운 받아 쓸데없는 바깥 소음은 묻어버리고 고즈넉한 곳 자리 찾아 앉는다.
낙엽이 에워싼 발치 옆 낙엽 이불 덮은 이름 모를 숲 동무가 빼꼼히 바라보는 시선에 나도 몸을 굽히고 바라본다. 짙은 초콜릿색 이불 몇 장을 들추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니 보드라운 살갗을 가진 개암버섯이 반기듯 봉긋하게 올라온다. 그 뒤로 동무들이 줄을 이어 덩달아 반긴다.
곧 다가올 추운 겨울 밭은 숨을 몰아쉬며 먹이를 찾을 동무를 위해 도토리를 숨겨두고 마른 가지가 물기를 머금고 새순을 올릴 그날을 위해 몸을 내어주어 기름진 땅을 만드는 총천연색 낙엽들이 여기저기 나뒹구는 모습을 눈에 한가득 담는다. 그들의 공이 숲을 이루는 아름답고 숭고한 기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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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종이에 흙, 10x14.8,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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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숲이 있습니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일상의 틈을 메워 견고한 모습으로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곤 하죠. 글과 그림은 자연이 내어준 자리에서 감각하며 향유하고 사유한 흔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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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지 황의 텃밭살이 -보여 줄게, 완전히 달라진 맛-
가지가지 황(관악구 남현동 주민)
추석이 지나자 몹시 바빠졌다. 자격증 실습 때문에 3주 동안 지방에 머물러야 했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집에 오긴 했지만, 밀린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 텃밭은 뒷전일 수밖에. 겨우 일을 마치고 일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텃밭에 들렀다. 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데, 나 없는 사이 잘 버텼을까? 정작 돌보지 못해 놓고 김장용 작물만은 속이 꽉 차 있길 바라는 맘, 나는 도둑놈 심보인가. 2주 만에 찾은 10월 막바지 밭은 생각보다 푸릇푸릇했다. 배추는 배추답게, 무는 무답게 제 티를 내며 자라고 있었다. 나의 가을 상추는 어느새 상춧대를 늠름하게 올리고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잘 큰 건 무였다. 배추는 얼핏 보면 속이 찬 듯했지만, 막상 들춰 보니 벌레 먹거나 썩은 게 많았다. 다른 밭들 사정도 비슷했다. 도시형 텃밭에서는 충분한 거름 없이는 김장 배추를 잘 기르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들 무를 많이 심는 모양이다. 무는 역시나 11개 모종(10개 샀는데 하나는 덤이었다!) 모두가 죽지 않고 뿌리를 잘 내렸다. 둘레가 훌쩍 커진 무가 땅으로 볼록 올라와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이 정도로 올라왔다면 땅속에선 얼마나 더 커졌을까 싶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하나 뽑았다. 하하! 아주 아담했다. 통통해지면서 중력을 거스르고 그저 위로만 올라온 모양! 그래도 손에 쥐어 보니 제법 딴딴했다. 나는 메고 간 가방에 무를 슥 넣었다. 배추는 속이 더 차길 바라며 겉잎 몇 장을 따고 둘레를 묶어 주고, 무는 마른 잎을 조금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애지중지하던 상추 몇 장을 수확해 집으로 돌아왔다. 상추는 과연, 달았다. ‘가을 상추’ 노래 부를 만했다. 배추도 한입 베어 보니, 어찌나 고소하던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는 무였다. 작달막했지만 아주 단단했다. 숭덩 썰어서 푸른 부분, 흰 부분 가리지 않고 먹어 봤다. “이야, 과일이네!” 내 말에 남편이 과장하지 말라며 먹어 보더니, “진짜네!”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나는 냉동실을 뒤져 소고기 한 움큼을 찾아냈다. 고기가 부족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세 식구가 오랜만에 식탁에 둘러앉아, 뭇국인지 소고기뭇국인지 모를 만큼 시원한 국을 한 그릇씩 비웠다. 몇 주 제대로 돌보지 못했는데도 이렇게 속 깊은 맛을 보여 준다. 내 소중한 작물들이여! 아아, 가을의 맛은 참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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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모임은 12월 둘째 주 화요일 12월 9일 저녁 7시에 아침책,숲에서 열립니다. 함께 읽을 책은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남효창 지음, 조현하 그림 만화, 책이라는신화 펴냄)입니다.
느리게, 다른 방식으로 함께 피어나 마침내 숲을 이루는 씨앗의 향연. 40년 숲철학자가 씨앗 한 알에 담긴 의미와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참여하고 싶은 분은 계절책방 낮과밤, 아침책숲, 나무의 말 SNS를 참고해서 신청해 주세요.
- 12월 9일 저녁 7시 아침책,숲
- 신청비 : 10,000원 (하나은행 노은정(아침책숲) 343-910039-6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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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함께 읽은 책
3월 : <숲으로 간 여성들>(오애리 구정은 지음, 들녘 펴냄)
4월 :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남종영 감수, 돌고래 펴냄)
5월 : <기후여행자>(임영신 지음, 열매하나 펴냄)
6월 :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김양진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7월 : <조응>(팀 잉골드 지음, 김현우 옮김, 가망서사 펴냄)
8월 : <두더지 잡기>(마크 헤이머 지음, 황유원 옮김, 카라칼 펴냄)
9월 :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펴냄)
10월 : <떠오르는 숨 :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알렉시스 폴린 검스 지음, 김보영 옮김, 접촉면 펴냄)
11월 : <달팽이 안단테>(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지음, 김병순 옮김, 돌베개 펴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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