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동동은 망원동에 위치한 생태책방 아침책숲, 계절책방 낮과밤, 출판사 나무의말이 함께하는 모임입니다. 2025년 3월부터 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 모여서 환경책을 읽습니다.
월간 그물망은 환경책 읽는 모임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작은 소식지입니다. 그 달의 모임 후기부터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과 그림책, 환경에 대한 만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꿴 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식지는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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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는 환경책 읽는 모임이 열립니다. 아침책숲 x 나무의말 x 계절책방 낮과밤이 함께 꾸려나가고 있어요. 이번 10월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떠오르는 숨 :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알렉시스 폴린 검스 지음, 김보영 옮김, 접촉면 펴냄)입니다.
이 책은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인 저자가 해양 포유류로부터 흑인을 포함한 인간종의 생존을 모색하는 책입니다. 페이스북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생소한 글쓰기 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점점 익숙해지면서 시를 읽을 때나 명상할 때와 같은 태도로 책을 읽으니 마음에 더 와닿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글에서 '당신'이라고 명명되는 대상이 책을 읽는 독자일 때도 있고, 해양포유류일 때도 있어서 혼란스러웠는데, 그 경계를 모호하게 글을 쓴 것이 저자의 의도이고 그 경계의 모호함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래와 우리, 동물과 인간의 경계 역시 분명하지 않으니까요. 모든 갈등은 경계지음에서 오는 것 아닐까요?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착취와 파괴가 시작되는 거니까요.
고래와 해양포유류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세상에서 소외되었다 느끼는 소수자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사랑한다고, 숨을 쉬고 살아남으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책을 읽으며 끝없는 사랑과 지지, 소속감을 느끼며 크게 힘을 받았습니다. 결국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뜻한 곳에 있을 때, 당신은 지혜롭고 따뜻함이 필요한 곳으로 당신의 온기가 흘러가도록 내버려둡니다. 차가운 곳에 있을 때, 당신은 빈틈이 없으며 소금기가 진흙 속으로 가라앉게 내버려둡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은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을 담는 그릇, 우주를 받치는 이, 둥근 공전. 당신을 사랑하도록, 당신의 눈물을 끌어당기도록 내버려둡니다. 우리가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당신은 우리를 이곳에 살게 했습니다. 그 교훈의 길이만큼 우리를 놓아주었습니다. 우리가 놓아주는 법을 배우거나 당신이 우리를 놓아줄 것입니다. 몰아치고 밀려드는 새로운 시작의 입맞춤으로. 당신은 우리를 다시 끌어안고 별들에게로 되돌려 보낼 것입니다."
다음 모임은 11월 셋째 주 화요일 11월 18일 저녁 7시 30분에 계절책방 낮과밤에서 열립니다. 함께 읽을 책은 <달팽이 안단테>입니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달팽이라는 작은 존재를 통해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 삶에 대해 성찰하는 아름답고 시적인 에세이입니다. 참여하고 싶은 분은 SNS를 참고해서 신청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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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이야기
아침 책, 숲 아침
제주도에 갔다. 렌터카를 빌린 후 바로 달려간 곳은 남방큰돌고래를 만날 수 있다는 곳이었다. 저 멀리, 세모나게 출렁대는 물결 사이에서 반짝이는 게 돌고래인가? 계속 주시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세찬 바람, 뜨거운 태양, 물결의 출렁임 때문에 내 속만 울렁댔다. 이곳에 서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간다고 돌고래가 안녕, 나 여기 있어. 반가워! 하고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는 걸. 너무도 당연한 사실인 것을. 과연 나는 언제 돌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아마존 열대 우림에 사는 웅고와 하마, 악어는 분홍돌고래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하지만 지루해지고 배가 고파지자 악어와 하마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웅고는 꿋꿋이 기다린다. 혼자가 되어야 만날 수 있는 소리, 풍경이 있다. 그제야 아마존의 다른 생명들을 만나게 된 웅고는 비록 분홍돌고래는 못 봤지만 본 거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오일 파스텔로 그려진, 두 페이지 펼친 면을 가득 채운 아마존의 풍경이 참 고요하고 아름답다. 웅고의 귀, 손바닥, 입술에 칠해진 옅은 핑크색, 작가가 얼마나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아마존의 자연과 생명들을 바라보고 대하는지 알 수 있다.
딱딱하고 건조할 거 같은 지식, 정보가 어떤 이야기의 흐름, 그림과 만나 큰 경외와 감동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여기 대왕고래가 있다. 몸길이 33미터, 몸무게 165,000킬로그램, 노래 소리는 80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퍼진다. 그런데 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죽은 후 이야기다. 대왕고래가 죽어 1,800미터 심해에 가라앉으면 웨일 폴(whale fall)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그 생태계는 150년도 넘는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생명들의 터전과 먹이가 된다. 대왕고래는 죽은 후에도 다른 생명들을 살리며 바다와 함께 살아간다. 그림책을 찬찬히 따라 읽다가 상상조차 해 본적 없는 바다와 대왕고래의 거대함과 유연함에 내 몸이 쪼그라드는 경험을 한다. 어떻게 가늠할 수 있겠는가. 미끄러지듯 유영하며 천.천.히 움직이는 거대한 몸, 그 속에 깃든 힘, 생명력, 그의 하루, 삶, 죽음. 그런 존재들이 모여 사는 드넓은 바다, 그 품 안에 사는 알아챌 수도, 이름 지을 수도 없는 수많은 생명들의 신비와 고요를 말이다. 상상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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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의 마지막 노래』 린 브루넬 글, 제이슨 친 그림, 정창훈 옮김, 봄의정원 |
『웅고와 분홍돌고래』 김한민 글, 그림, 비룡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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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마주한 것들
작가, 양송이
여름 한철 숲을 흔들던 풀벌레들의 노래가 사그라지고 밤이 되면 제법 쌀쌀한 바람이 살갗에 스치는 가을이다. 낯선 기운에 움츠러드는 몸을 이끌고 가을의 기척을 느끼며 밤 산책길에 나선다.
숲은 가을의 이름을 하고 자신을 물들인 모양이다. 봄날 화려한 꽃을 드리우던 벚나무들의 잎이 가을빛을 띠며 어둠 속에서도 찬란하게 길을 밝힌다. 얇고 여린 잎장 속 가득한 가을 색의 스펙트럼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밤새 내린 비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참나무 잔가지들이 비바람의 등쌀에 못 이겨 도토리를 매달고 바닥에 내려앉았다. 급류로 인한 물길이 깊은 골을 만들어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먼 발치에서 들린다. 나는 소리를 따라 걷는다. 달빛을 머금은 물줄기가 더욱 빛난다.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리자 단단히 뿌리박은 나무들이 굽어진 뿌리를 내밀며 저항의 태세를 굳건히 갖춘 모습들이 보인다. 폭우와 싸움을 벌인 흔적들이다.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처럼 자연은 많 은 이야기를 건넨다.
나는 축축하게 젖은 갖가지 것들이 내뱉는 숨을 먹고 뱉는다. 어느새 숲의 일부가 된 듯한 환상을 느낀다.
다시 걷는다. 걸을 때마다 바닥에 흩뿌려진 가을 열매들이 바스러지고 짓이겨져서 들리는 까드득 소리가 경쾌하다. 진한 초콜릿색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그 뒤를 잇고, 마른 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진다.
어둠이 짙어지고 나는 침묵하지 않는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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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지 황의 텃밭살이
-가을 상추의 비밀-
가지가지 황(관악구 남현동 주민)
어렸을 때 아버지가 “우수로구나. 고추 씨를 불려야겠다.”, “입추가 지났으니 더위도 꽁무니를 뺄 게다.”라고 하실 때마다 ‘날짜를 왜 저렇게 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 또한 계절의 감촉을 절기로 느끼기 시작했다. 우수(2월 18일경)가 지나면 땅에서 흙냄새가 진하게 올라왔고, 숲길을 걸을 때 얼굴에 닿는 햇볕이 은은하구나 싶을 땐 어김없이 백로(9월 7일경)가 가까워져 있었다. 사십여 년이 훌쩍 넘게 사계절을 겪으며 살다 보니,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간결하게 정리한 24절기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체계인지 인정하게 된다. 절기는 수천 년간 자연과 기후 변화를 관찰하고 연구해 만든 지혜의 집약체이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네 농부들이 절기를 바탕으로 농사를 준비하고, 또 마무리했구나 싶다.
입추(8월 7일경)가 지나고, 김장용 배추와 무, 상추 모종을 각각 10개씩 준비했다. 모종을 심으면서도 이 배추와 무만으로 김장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여름작물을 죄 정리하고 땅을 갈아엎어 좋은 토양을 만들어야 했음에도, 나는 고추며 가지, 호박을 정리하지 않은 채 밭 한쪽을 대충 호미로 고르고 모종을 심었다. ‘심는 맛만 보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상추를 향한 기대감은 좀 달랐다. 예전부터 ‘가을 상추는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란 속담이 무척 궁금했다. 상추는 늦봄부터 여름에 잘 자라는 채소 아닌가. 그런데 가을 상추라니? 게다가 얼마나 맛있으면 문까지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말까지 있을까? 조사해 보니 가을 상추는 본래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는 작물이라고 한다! 날씨가 너무 더우면 스트레스를 받아 쓴맛이 강해진다고. 그러니 가을처럼 낮 기온이 20℃ 안팎인 날씨가 딱 제철인 셈이다. 서늘한 기후에서는 영양분이 잎에 잘 배어들어, 식감은 아삭하고 단맛은 더욱 깊어진다고 한다. 혼자 몰래 먹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9월 들어 비가 자주 내리고 흐린 날이 많았다. 청명한 하늘과 낙낙한 햇빛이 간절했기에, 텃밭 작물들이 잘 자랄지 걱정이 됐다. 다행히 배추는 푸른 잎을 넓게 펼치고, 무 뿌리도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꽃상추! 조금씩 이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낮과 밤이 같아지는 추분(9월 23일경)도 지났고,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10월 8일경)도 가까워진다. 그사이 가을 햇볕이 짱짱하게 내리쬐어 가을 상추의 단맛이 듬뿍 올라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상추를 우적우적 먹으며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너무 맛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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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모임은 11월 셋째 주 화요일 11월 18일 저녁 7시 30분에 계절책방 낮과밤에서 열립니다. 함께 읽을 책은 <달팽이 안단테>(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지음, 김병순 옮김, 돌베개 펴냄)입니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달팽이라는 작은 존재를 통해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 삶에 대해 성찰하는 아름답고 시적인 에세이입니다. 참여하고 싶은 분은 계절책방 낮과밤, 아침책숲, 나무의 말 SNS를 참고해서 신청해 주세요.
- 11월 18일 저녁 7시 30분에 계절책방 낮과밤
- 신청비 : 10,000원 (우리은행 1002-136-159824 ㅂ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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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2013년 시작된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출판페어입니다. 올해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약 200팀이 함께 테이블을 펼칩니다.
월간 그물망에서 환경일기를 연재중인 박정은 작가가 새롭게 만든 <고요한 산책>달력과 엽서, 독립출간물 <작은 새> 등을 가지고 참가합니다. 반갑게 인사 나눠요!
- 기간: 10/17(금)-10/19(일), 3일간
- 장소: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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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책바슴
바다와 숲, 책이 함께하는 ‘2025천리포수목원 책바슴’이 열립니다. ('바슴'은 충남 사투리로 '추수'를 뜻하며, '책바슴'은 가을걷이 시기에 곡식도 수확하고 좋은 책도 수확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월간 그물망에서 글을 연재중이신 나무의 말 도 참가합니다. 전세계 유일의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수목원에서 멋진 책들을 만나보세요.
- 기간: 10/125(토)-10/26(일), 2일간
- 장소: 천리포수목원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 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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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함께 읽은 책
3월 : <숲으로 간 여성들>(오애리 구정은 지음, 들녘 펴냄)
4월 :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남종영 감수, 돌고래 펴냄)
5월 : <기후여행자>(임영신 지음, 열매하나 펴냄)
6월 :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김양진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7월 : <조응>(팀 잉골드 지음, 김현우 옮김, 가망서사 펴냄)
8월 : <두더지 잡기>(마크 헤이머 지음, 황유원 옮김, 카라칼 펴냄)
9월 :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펴냄)
10월 : <떠오르는 숨 :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알렉시스 폴린 검스 지음, 김보영 옮김, 접촉면 펴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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